농가는 주주·법인이 농사…농업생산액 3배 이상 늘어 [농업·농촌 리포트]
[농업·농촌 리포트] (2) 기술집약·전문경영 시대로
늘봄영농조합법인 사례 관심
농지 규모화시켜 콩 등 이모작
기본·추가 배당금 지급 소득↑
고령화에 따른 인력 부족은 농촌의 해묵은 문제다. 경북도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농가소득을 증대시키고자 2022년 6월 ‘농업대전환’을 선포하고 경북지역 농업 전반에 대한 혁신에 나섰다. 그중 하나가 ‘공동영농’이다. 공동영농은 농업법인을 중심으로 농가는 주주로 참여하고, 경영은 법인에 일임하는 형태다. 주주로 참여한 농가는 참여 면적에 따라 소득을 배당받는다.
홍의식 늘봄영농조합법인 대표(59)는 경북 문경시 영순면에서 110㏊ 규모의 농지를 경영한다. 그에게 경영권을 일임하며 주주로 참여한 농가는 80곳이다. 홍 대표는 지난해 1월 늘봄영농조합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공동영농’을 시작했다.
공동영농의 핵심은 농가소득 증대다. 농가소득을 늘리고자 기존에 벼농사를 짓던 땅을 밭으로 만들어 이모작을 시작했다. 작목은 콩과 양파·감자다. 겨우내 양파나 감자를 심어 기른 뒤 이듬해 6월 수확한다. 수확한 땅에는 다시 콩을 심어 10∼11월에 수확한다.
제갈승 경북도 농업대전환과 농업사무관은 “이모작 작목은 농촌진흥청에서 발표하는 ‘농산물 소득조사표’에서 소득 수준이 높은 상위 품목을 선택한 것”이라며 “경영을 책임지는 홍 대표가 과거 콩·양파·감자를 모두 재배한 경험이 있어 해당 작목을 선택하면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었던 영향도 있다”고 밝혔다.
농지 규모화를 통해 비용 대비 효율도 높였다. 기존에는 농가가 개별적으로 트랙터 기준 70마력대 제품을 썼다면, 공동영농 전환 후에는 120마력 이상으로 성능이 높은 트랙터를 사용하는 식이다. 홍 대표는 “기계 성능을 높이니 1시간당 작업량이 늘어 훨씬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지난해 1년 공동영농을 해본 결과 늘봄영농조합은 지난해 12월말 농가에 첫 기본 배당소득을 지급했다. 기본 배당소득은 농가의 참여 면적에 따라 지급되는 소득으로 3.3㎡(1평)당 3000원이다. 총 배당금은 9억9800만원이 지급됐다. 홍 대표는 “농가 입장에서는 고된 농작업은 안하면서 소득은 올릴 수 있는 것”이라며 “실제로 참여 농가로부터 공동영농에 함께하길 잘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당초 목표였던 농업생산액도 증대돼 벼농사를 짓던 과거에 비해 농가소득도 늘었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공동영농 방식으로 이모작 전환 후 경영비를 제외한 농업생산액은 24억7900만원으로 집계됐다. 과거 벼 단작 때 경영비를 제외한 농업생산액이 7억790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판매 정산 후엔 농가에 추가 배당금도 지급할 예정이라 농가소득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홍 대표는 수확해 저장해둔 콩·양파 등을 판매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아무리 농사를 잘 지었어도 판매로 이어지지 않으면 소득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농사만 25년 했기 때문에 재배에는 자신 있다”면서 “이제는 판로 개척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은 대부분 서울 가락시장에 출하하거나 가공공장으로 판매하는데, 앞으로는 대형마트 등 지속가능한 판로를 늘리면서 법인 자체적으로도 가공공장을 갖춰 선별·포장 등을 직접 소화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문경=서효상 기자
관련기사바로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