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원예산업, 종자 투자 늘리고 수출에 주력을”
[K-농업 발전전략] (3)원예산업의 도전과 응전
[인터뷰] 변상지 한국종자연구회장
정부 연구·개발 예산 확대 절실
해외 품종보호출원 등 지원도
원예산업의 근간은 종자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씨앗을 뿌려야 농사가 시작되는데 우리나라 종자산업 매출액의 80%는 채소(61.7%)·과수(10.3%)·화훼(7.8%)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식량안보가 주목받는 지금, 세계 종자시장에서는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 종자업계는 대규모 글로벌 기업의 기술력과 인프라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이 절실한 상황이다.
20년 넘게 종자산업에 몸담고 있는 변상지 한국종자연구회장(70)은 국내 원예분야 종자산업 발전의 중점 요건으로 투자와 수출을 꼽았다. 그는 종자회사인 사카타코리아 대표와 세계종묘 농업회사법인 고문을 역임했고 현재는 한국종자연구회장을 맡고 있다.
변 회장은 “한국의 종자시장 규모는 세계 종자시장의 1.3%에 불과하다”며 “개별 육종가 중심의 연매출 5억원 미만 영세 업체가 대부분이어서 투자 여력도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엔 연구개발(R&D) 예산도 감축돼 연구인력을 줄일 정도로 생명·유전 공학 연구소 운영이 어렵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종자기업들은 인수·합병을 적극적으로 행하며 몸집을 불리는 모양새다. 이들은 집약된 자본과 기술을 십분 활용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이용해 육종 기간을 단축한다.
변 회장은 “한국도 영세한 기업끼리 힘을 합치거나 종자 연구를 위한 정부의 투자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2011년부터 10년간 실시한 골든시드프로젝트(GSP·Golden Seed Project)처럼 장기적으로 종자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재배면적 축소와 종자업체 과포화를 감안하면 수출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변 회장은 “유망 수출 대상국에 해외 전시포를 조성하고 현지 바이어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지원해야 한다”며 “나라마다 품종보호출원과 등록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변 회장은 한국의 독특한 종자시장 구조가 우장춘 박사로부터 시작됐다는 주장도 폈다.
그는 “해방 이후 일본에서 수입해오던 배추와 무 품종을 자급자족하기 위해 1950년대 우 박사가 기존 배추들을 교배해 보급종인 ‘원예 1·2호’를 개발했다”며 “김치 등 채소를 많이 먹는 나라의 특성상 채소와 관련된 육종 기술이 발전해 현재는 채소 종자가 전체 종자시장의 61.7%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국립종자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종자시장 규모는 6757억원으로 이 가운데 채소종자의 매출액이 4169억원이다. 나머지를 과수·화훼·버섯 종자 순으로 차지하고 있다.
변 회장은 “종자시장 매출액 상위 품목은 고추·무·배추·토마토·양파·수박 순이고 대부분 원예농산물”이라고 말했다.
변 회장은 “국내 채소뿐만 아니라 과일 품질이 향상돼 과일 종자 수출에 초점을 맞추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며 “R&D 외에도 유통·품종보호 분야 질서를 확립하고 품질관리·마케팅 전문인력을 양성하면 국내 종자산업이 더욱 성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수원=조영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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