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치솟는 영농비…“필수농자재 지원 ‘적기 작동체계’ 구축해야”
[유가·환율 출렁 ‘비상’]
국제정세 따라 고비용구조 고착
‘필수농자재지원법’ 설계가 관건
시행 전 공백엔 긴급지원 병행을
농업 조세감면 일몰연장도 필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이란 전쟁 등 지정학적 위험이 반복되면서 농가 경영 불안이 상시화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대응은 할당관세 등 단기 대책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에서는 농업 경영비 폭등이 반복되는 만큼 일회성 대응이 아닌 지속가능한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배경에서 지난해 제정돼 시행을 앞두고 있는 ‘공급망 위험 대응을 위한 필수농자재 등 지원에 관한 법률’에 대한 기대가 높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25년 10∼11월 농민 1378명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농민들은 ‘필수 농자재 지원 등을 통한 농가 경영안정 강화’를 올해 두번째로 중요한 농정과제로 평가했다.
제도 안착을 위해서는 실효성 있는 ‘발동 기준’ 마련이 핵심과제로 꼽힌다. 법은 마련됐지만 지원 대상 농자재 범위와 발동 기준, 지원 비율 등 핵심 기준은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다. 법에는 ‘공급망 위험으로 인해 필수농자재 등의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상승하는 경우 일정 범위에서 농업경영체에 가격상승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지만, 지원 품목과 지원 비율 등 구체적인 기준은 ‘필수농자재등 지원 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하도록 했다.
최범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자유무역협정(FTA) 피해보전직불제 선례를 보면 발동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면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며 “필수 농자재 지원이 적기에 작동할 수 있도록 발동 기준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FTA 피해보전직불제는 수입 증가로 가격이 하락한 품목의 피해를 보전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까다로운 발동 요건 탓에 실효성 논란이 이어져왔다.
강정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농가마다 규모와 생산 품목, 경영비 부담이 큰 항목과 시기가 다른 만큼 이를 반영한 체계적인 설계가 중요하다”며 “필수 농자재 지원 발동 기준을 논의할 협의기구를 서둘러 구성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지원이 시작되기까지는 공백이 존재한다. ‘필수농자재지원법’은 지난해 12월 제정됐지만 부칙에 따라 공포 후 2년이 지난 뒤 본격 시행된다. 사실상 2028년부터 법률에 따른 농가 지원이 시작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이번에 추진하는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법 제정 취지에 부합하는 긴급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최근 성명을 내놓고 “‘필수농자재지원법’은 2027년 이후 시행을 예정하고 있어 지금 폭등하고 있는 생산비 문제에 대책이 되지 못한다”며 “농업용 면세유 긴급 지원 대책을 즉각 마련하고 농자재 지원을 위한 정부 예산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현행 농자재 지원사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강마야 충남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방정부 등에서 운영하는) 농자재 지원사업은 수백개로 세분돼 형평성과 투명성이 떨어지고 일부 농가는 정보 부족으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며 “개별 보조사업 예산을 묶어 농자재 구매에만 사용할 수 있는 ‘통합형 농자재 구매 지원 바우처’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올해말 일몰을 앞둔 농업용 면세유 감면 등 농업분야 조세감면 제도의 연장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 실장은 “일몰제를 폐지하거나 최소한 5년 단위로 연장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2년을 법 시행 안착을 위한 도상연습 기간으로 삼아 다양한 지원정책을 써보고 효과를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김소진 기자
관련기사바로가기
|